정법사 소식
무명을 밝히는 등불, 마산 중앙포교당 정법사

불교신문] 절로절로 우리절] 정법사, 광우스님 인터뷰

관리자 | 2023.06.11 10:15 | 조회 2380

불교신문
[절로절로 우리절] 72. 정법사

창건 111주년 맞은 도심 포교당
어린이 포교 앞장서는 교육도량

100명 규모 어린이법회 열고
초등학생 '선음합창단'도 창단

지도교사 봉사자 마음까지 살펴
미래세대 위해 사부대중 힘 모아

젊은 세대 관심 많은 명상 포함
환경보호, 채식 등 강의도 준비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는 마산 지역의 등불을 밝히고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정법사는 도량에 워터파크를 설치하고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는 마산 지역의 등불을 밝히고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정법사는 도량에 워터파크를 설치하고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는 도심포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일제강점기 한국불교를 지켜내고, 민족계몽의 주축이 됐던 도량이다. 올해로 창건 111주년을 맞이한 정법사는 지역 사회의 등불을 밝히고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도심 포교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 정법사는 1912년 당시 통도사 주지였던 구하스님이 일제강점기의 어려움 속에서 민족을 구하고자 창건했다. 구하스님은 포교당 건립을 민족계몽운동의 한 축으로 삼았다. 마산 불자들과 함께 뜻을 모아 정법사에서 신행활동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활동, 교육활동 등을 이어왔다. 그 일환으로 1927년에는 ‘배달유치원’을 설립했다. 이듬해 40여 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한 배달유치원은 1940년에 ‘대자유치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까지 73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교육으로 민중을 깨우겠다는 창립 당시 사부대중의 원력은 지금까지도 정법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창립된 순간부터 어린이를 환영하는 교육도량이었기에 정법사는 유독 아이들이 많이 찾는 사찰이다. 사찰 앞 골목을 지나다니는 어린이들은 학원 가는 길에도 종종 정법사에 고개를 빼꼼 내민다. 그러다가 주지 스님이라도 마주치면 “주지 스님이다!”를 외치며 경내로 뛰어든다. 이렇게 사찰에 익숙한 아이들이 모두 대자 유치원 출신인 건 아니다. 정법사가 운영하는 어린이 법회나 여름불교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아이들도 많다. 처음에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친구를 따라서, 혹은 심심해서 법회와 여름불교학교를 찾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절에 가서 놀래요”라고 말하게 되는 어린이들이 여럿이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절에 오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법사가 늘 재밌는 경험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정법사는 도량에 워터파크를 설치하고 어린이들을 초대했다. 까르르 웃는 소리가 도량을 가득 메우고 여름 햇볕에 지친 어린이들이 다시 활기를 찾는 시간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우리 강아지들”이라고 부르며 누구보다 환영하는 건 정법사 주지 광우스님이다. 광우스님은 “부처님 말씀 잘 아는 불자로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고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을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하며 요즘도 아이들에게 어떤 체험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법사는 올해 어린이날을 맞이해 대자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마술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정법사는 올해 어린이날을 맞이해 대자유치원 어린이들에게 마술쇼를 선보이기도 했다.
놀란 표정으로 마술쇼를 지켜보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정법사 어린이 법회 프로그램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한다. 주지 스님과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에게는 ‘자랑거리’가 되고 가족들에게는 ‘추억거리’가 되는 활동을 늘 찾아다닌다. 코로나19로 어린이 법회가 잠시간 중단됐을 때도 정법사는 이 시간을 좋은 프로그램 구성을 만드는 기회로 삼았다. 고민 끝에 선택한 올해 첫 번째 어린이 법회 활동은 동네를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이었다. 부처님 가르침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고 내 주변을 정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데다가 활동적이기까지 하니 어린이 법회 프로그램으로 손색이 없었다. 어린이 참가자들도 큰 호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열린 어린이 법회이기도 했지만 플로깅 뿐만 아니라 김밥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구성을 보고 100여 명의 어린이가 참가 신청을 했다. 세 자릿수의 어린이가 참가하는 법회가 흔치 않다 보니 만족할 법도 하건만 광우스님은 “어린이 포교는 멈춰서 안된다”며 “지역 공동체와 연계한 프로그램이나 주변 역사탐방, 타지역 체험 학습 등 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지 스님의 계획처럼 정법사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올해 어린이 법회와 함께 창립한 초등학생 합창단 ‘선음합창단’도 그 일환이다. 초등학생 합창단원들은 음성공양을 선보이며 지역 사회와 마음을 나누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할 예정이다. 어린이 프로그램마다 인기가 좋은 정법사답게 합창단원 25명 정원 모집을 단숨에 마쳤다. 광우스님은 “어린이들이 체험 같이 하자, 공연하는 거 보러와 달라 하며 이웃과 온 가족을 사찰에 데리고 오는 게 포교가 아니면 뭐겠냐”며 웃어 보였다.

지역민과 온 가족이 찾는 사찰이 되기 위해 광우스님은 어린이 말고도 “마음 낼 곳이 많다”고 말한다. 어느 사찰이 안 그러겠냐만은 주지 스님 힘으로만 이끌고 갈 수 없는 게 포교당이다. 외부 사람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발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사람들과 결속해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들 때 포교당은 더 잘 움직이는 법이다. 정법사가 유치원 선생님들과 봉사자들 처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는 법회 날 커피 한 잔, 과자 한 쪽이라도 우리 선생님들, 우리 봉사자들에게 먼저 건넨다. 광우스님은 “지금의 ‘어린이 포교당 정법사’를 이룬 것도 매일 어린이들 곁에서 물심양면 살펴주는 유치원 선생님들과 주말마다 어린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는 봉사활동자들의 공이 크다”며 그분들의 도움 없이 어린이 포교당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법사는 어린이들과 오랜 신도들, 선생님들, 봉사자들과 함께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나갈 예정이다.

"요즘 포교하기 좋은 때 맞죠?"

■ 인터뷰/ 정법사 주지 광우스님

정법사 주지 광우스님
정법사 주지 광우스님

광우스님이 마산 정법사 주지 소임을 맡은 건 올해로 2년째다. 20여 년 전 강의를 위해 잠깐 찾았던 사찰에 주지로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정법사에 왔을 때 막막한 마음은 뒤로 하고 곧바로 창고 문부터 열었다. 그때부터 신문, 책 등 정법사의 모든 기록을 찾아 살폈다. 정법사의 역사를 알면 사찰을 더 잘 운영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책임감만 무거워졌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부대중이 함께 가꾼 도량이니 한 몸 던져 포교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역대 주지 스님들이 그랬듯 광우스님도 어린이 포교에 힘쓰고 있다.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린이에게 있다는 마음으로 뭐든지 아낌없이 내어주려 한다. 가끔 신심 깊은 노보살들이 사찰 예절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에게 한소리를 하면 광우스님이 나서서 “잘 몰라도 사찰 오는 게 얼마나 기특하냐”고 답을 해주기도 한다. 스님은 조금 서툴더라도 어린이들이 사찰을 자주 찾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광우스님은 “요즘만큼 포교하기 좋은 때가 있나?”하고 되묻는다. 젊은 세대가 명상, 환경보호, 채식 등 불교문화와 맞닿아있는 주제들에 이렇게 관심 가진 적이 없었다며 “기회가 왔다”라고 눈을 반짝였다. 광우스님은 “사람들의 일상에 부처님 가르침을 새겨 넣을 수 있는 좋은 바람이 불고 있다”며 지역 사회에서 사찰음식 체험, 명상 강의 등을 선보이며 포교에 앞장서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창원=이수아 기자, 이천운 경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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