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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을 밝히는 등불, 마산 중앙포교당 정법사

경남도민일보] 경남 첫 유아교육기관 '대자유치원' 기록자료 찾는다

관리자 | 2023.10.17 15:25 | 조회 190
경남도민일보]

경남 첫 유아교육기관 
'대자유치원' 기록자료 찾는다

마산 정법사 부설 유치원 2027년 100주년
졸업증서·졸업앨범·상장·활동사진 등 수집
옛 졸업생·교사 발굴...3대 다닌 가족 사례도

졸업생 명부·학적부 등 11건 79점 자료 보존
지역 사회운동 인사 참여·시대상 등 확인 가능
시민 활용하는 기록물 보존공간 마련 구상 중

경남에서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된 유치원은 아주 드뭅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에 있는 정법사 부설 대자유치원은 오는 2027년 10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경남지역 첫 유아교육기관으로도 이름난 곳입니다. 대자유치원이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록자료 수집을 시작합니다. 졸업생과 이곳 출신 교사도 찾고 있습니다. 애초에 잘 보존하고 있는 기록물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자 최근에는 학술대회도 열었습니다. 대자유치원의 역사적 의미와 기록물 가치 등을 살펴봤습니다.

대자유치원 1942년 제15회 보육기념 사진.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한글로 '대자' 모양을 만들어 앉아 있다. 이때는 일제가 조선어 말살 정책을 이어가며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던 시기였다. /대자유치원
대자유치원 1942년 제15회 보육기념 사진.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한글로 '대자' 모양을 만들어 앉아 있다. 이때는 일제가 조선어 말살 정책을 이어가며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던 시기였다. /대자유치원

대자유치원은 2027년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유치원과 관련한 기록자료를 찾고 있다. 예전 졸업생과 교사를 발굴하고, 졸업증서·졸업앨범·상장·유치원 활동사진 등 여러 기록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3대가 대자유치원에 다닌 가족 찾기도 병행한다.

'일제강점기 배달(대자)유치원 기록물과 마산 지역사' 학술대회는 지난 13일 오후 정법사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대회는 대한불교조계종 정법사가 주최하고 창원대 경남학연구센터가 주관했다. 대자유치원 기록물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유치원 설립에 깃든 민족의식 = 대자유치원은 1927년 '배달유치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유아들의 민족얼 고취'가 목표였다. 1912년 마산에 정법사(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를 창건한 양산 통도사와 지역 유지들이 뜻을 함께했으며, 설립 자금을 모았다. 특히 사회운동 진영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귀원 백산기념사업회 이사는 "유치원설립준비위원회에는 마산 사회운동 진영을 대표해 이형재, 이상만, 최철룡, 여해, 김철두, 명도석, 김귀동 등 7명이, 불교 측에서는 마산포교당 포교사 허몽초, 마산불교진흥회 간부 서상원, 송치권이 들어갔다. 준비위원장도 이형재가 맡았다. 마산 사회운동 진영의 주도권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제점숙 동서대 교수는 '마산포교당의 교육사업 현황과 역사적 의의 - 배달유치원을 중심으로'(2022년)라는 논문에서 "이형재, 명도석, 이상만, 옥기환 선생 등은 전국 최초로 마산에서 노동야학을 설립하고 신간회 활동을 한 지역 애국지사들이었다"며 "이들이 원장, 원감, 이사진으로 구성된 점으로 볼 때 당시 배달유치원을 민족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의 장으로 만들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짚었다.

대자유치원은 1931년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가를 받았고, 1940년 '배달(倍達)유치원'에서 현재 '대자(大慈)유치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귀원 이사는 "단군을 '배달나라 임금'이라고 해서 '배달'이라는 단어는 대종교이자 민족주의 용어여서 일제가 불온시했다"며 "배달유치원 이전에 1923년 4월 개교한 배달학원에서 교사를 했던 오택언, 장재륜의 항일 민족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주로 우리말과 노래를 배웠다. 이 이사는 "일제강점기 유치원 80~90%가 선교 유치원이고, 경성유치원은 귀족 자제가 일본어 교육을 받으며 다닌 친일유치원이었다. 이와 달리 민족유치원은 노래와 율동 중심으로 교육활동이 짜였다"며 "대자유치원에서 승전 행사를 했다면 일본 신문에 보도되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일본의 군사활동을 지지했던 교육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문자, 수리 등 인재교육이 아니라 손과 몸을 쓰거나 예술적 감수성을 발달시키는 교육이 중심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승 한국해양대 교수는 '일제하 경남지역 사찰포교당의 현황과 활동 양상'이라는 발표에서 "마산, 진주, 동래 지역 등을 비교해보면, 포교당이 설치된 곳에서 불교청년회, 불교여자청년회, 불교진흥회, 학원(마산 배달학원·진주 진명학원 등)이 일종의 한 묶음처럼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배달유치원(현 대자유치원) 제1회 졸업기념 사진(1928년 3월 22일). /대자유치원
배달유치원(현 대자유치원) 제1회 졸업기념 사진(1928년 3월 22일). /대자유치원
유치원 수업 중 체조 모습(연대 미상). /대자유치원
유치원 수업 중 체조 모습(연대 미상). /대자유치원

◇역사의 격랑과 함께 = 대자유치원은 현재 입원 원서, 졸업생 명부, 학적부, 활동사진 등 11건 79점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2002년부터 근무한 박선영 대자유치원 원장은 "고문서로 늘 교무실에 있던 자료인데, 어떻게 이렇게 잘 보존돼 있느냐는 스님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한 차례 증축이 있었지만, 절 부설 유치원이라는 특성상 건물 이동 없이 늘 절과 함께 있었고, 개인 소유가 아니라 사찰 주지 스님이 원장을 맡기도 해서 자료가 보존돼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대자유치원도 역사의 격랑과 함께 부침을 거듭해왔다. 특히 유치원 명부에는 조선인을 일본 천황에 충성하는 '황국신민'으로 만들고자 일제가 노골적으로 추진했던 황민화 정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본식 이름을 강요한 창씨개명으로 1940년 이후 명부에는 일본식 이름이 다수 쓰여 있다.

다만 1945년 2~3월 입원 지원자 가운데 유일한 창씨개명 거부자가 있었는데, 김형윤(배달유치원 회계 담당이었던 김형진·독립운동가 김명시의 동생)과 그의 장남 김민규(金民圭)였다.

6.25전쟁 시기였던 1950년과 1951년에는 졸업생이 없었고, 1953년부터 졸업생을 다시 배출한 기록도 남아 있다. 1960~70년대에는 무용가인 김해랑(1915~1969)과 이필이(1935~2009)가 원장을 지내 무용연구소와 함께 운영되기도 했다.

개원 첫해인 1927년 원생 123명이 들어와 이듬해인 1928년 졸업생 46명이 배출됐으며, 지금까지 7300여 명이 대자유치원을 거쳐 간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 3월 제97회 입학식이 있었다. 현재 8학급 원아 197명이 다니고 있다.

조각가 문신(1923~1995·졸업연도 분명하지 않음), 이순항 전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1933~2022·14회), 노재봉 전 국무총리(1936~·15회), 표동종 전 경남도교육감(1936~·졸업연도 분명하지 않음) 등이 이곳 졸업생이다.

'일제강점기 배달(대자)유치원 기록물과 마산 지역사' 학술대회가 지난 13일 오후 정법사 강당에서 열렸다. 정법사 주지 광우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일제강점기 배달(대자)유치원 기록물과 마산 지역사' 학술대회가 지난 13일 오후 정법사 강당에서 열렸다. 정법사 주지 광우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일제강점기 배달(대자)유치원 기록물과 마산 지역사' 학술대회가 지난 13일 오후 정법사 강당에서 열렸다. 남재우 창원대 경남학연구센터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일제강점기 배달(대자)유치원 기록물과 마산 지역사' 학술대회가 지난 13일 오후 정법사 강당에서 열렸다. 남재우 창원대 경남학연구센터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일제강점기 배달(대자)유치원 기록물과 마산 지역사' 학술대회가 지난 13일 오후 정법사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자와 토론자, 좌장이 나란히 앉은 채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일제강점기 배달(대자)유치원 기록물과 마산 지역사' 학술대회가 지난 13일 오후 정법사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자와 토론자, 좌장이 나란히 앉은 채 종합 토론을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기록물 수집부터 보존까지 = 대자유치원은 지역사에서도 의미가 있는 장소다. 앞서 '대자유치원 8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발족에 함께했던 고 이순항 전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는 "대자유치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어린이들이 뛰놀던 유서 깊은 곳일 뿐만 아니라 마산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교육기관"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영주 경남대박물관 비상임연구원은 학술대회에서 '일제강점기 마산지역의 민족운동과 배달유치원'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는 마산의 개항부터 일본인들의 신시가지 건설 등에 따른 주민들의 다양한 반외세 투쟁, 추산정 독립선언서 낭독과 구마산장터 3.1운동, 마산노동야학 설립, 휴교와 함께 전교생이 만세운동을 벌인 성호초등학교, 10여 개 소년단체로 마산지역에서 활발했던 소년운동 등을 언급했다.

박 연구원은 "1945년까지 마산에서도 독립 열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런 흐름 속에 배달학원, 배달유치원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며 "배달유치원은 지역사 연구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자유치원은 기록물 수집은 물론 시민들도 활용할 수 있는 기록물 보존 공간 마련도 구상 중이다. 박선영 원장은 "2016년 경남교육청에서 개교 100년 학교 이야기를 모았는데, 45곳 가운데 유치원이 한 곳도 없어 아쉬웠다"며 "앞으로 역사기록물 관리 지침을 마련해 대장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도 주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역사 기록물 수집과 구술 채록 등을 지역사회에 알리고 여러 가족의 유품도 모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정법사 주지 광우 스님은 "대자유치원 기록물은 일제강점기 이곳에 수많은 마산지역 민족지사가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매우 드물고 귀중한 사료이자 증거"라며 "이 자료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는 한편 창원지역 문화유산으로 널리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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